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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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전환, 탈핵은 계속되어야 한다.

에너지시민기자 이은주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오전 10시 20분 발표된 최종 결론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였다. 한 달여간 이어진 471명의 시민참여단의 숙의 결과, ‘공사 재개'(59.5%)가 ‘공사 중단'(40.5%)을 19%p 차이로 앞섰다. 따라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도록 하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정부에 전달되며, 정부는 애초 발표대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수용하게 된다.

 

이에 오전 11시 35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안전한세상을위한신고리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있었다. 900여개의 환경단체가 모인 시민행동은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기간 보여준 진중한 토론 모습과 판단을 존중하며 생명과 안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탈핵에너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20일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응하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탈핵운동이 30여년 된다. 오늘도 참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탈핵문제와 관련하여 과거 소수의견에서 40%라는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 사실은 상당히 큰 진전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한 것에 대해 한옥순(70) 할머니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날 자리에는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을 펼쳐왔던 주민 4명이 함께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한옥순(70) 할머니는 “13년간 철탑과 탈핵을 위해서 싸워왔다. 오늘 발표를 듣고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는 나라의 후손을 위해 계속해서 5,6호기 백지화를 향해서 계속 움직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에 대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성은 숙의민주주의의 장을 최초로 연 의의가 있었지만, 그만큼 ‘공론조사’라는 낯선 제도에 대한 잡음도 많았다. 공론화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있었다. 시민행동은 공론화위원회의 공정성, 짧은 숙의 기간, 언론의 편파보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시민행동은 입장문 낭독에서 “수십 년간 온 국민이 핵발전의 필요성과 안전성, 경제성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접해온 상황에서 공론화 기간은 너무나 짧았다”며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절한 건설재개 측 활동은 상황을 악화시켰고, 정부와 공론화위원회는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염 사무총장은 “친원전 측의 지원을 받았던 이력이 있는 모 교수가 중립을 가장하고 공론화위원회의 검증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신고리 5·6호기 재개에 대해) 찬성 측 연구원이 공론화 과정에서 발언하고 토론하기도 했다. 친원전 측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동원된 것에 대해서 정부나 공론화위원회가 적절하게 조정했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공론화 기간 동안 시민행동의 대응팀장을 맡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번 공론조사를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준 전적인 예‘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40여년동안 국민들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국민 경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발전소라고 배워왔다. 그것을 공론화 과정에서 언론에서는 대서특필을 했다. 건설 재개 측의 논리, 특히 중단 측에 대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보도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단면이다”고 말했다.

 

미숙했던 공론화위원회 결성 과정과 많은 논란 등 아쉬움을 남긴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였지만, 한편으로 유의미한 결실도 있다. 향후 원전 축소 여부를 묻는 별도의 설문조사에서 시민참여단의 53.2%가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것. 이는 ‘탈핵’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일보 전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염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신고리 5,6호기 재개 쪽의 의견이 더 높았지만, 같은 수준으로 앞으로 탈핵과 관련해서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 또한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대폭적인 강화와 함께 신규 핵발전소 중단, 노후 핵발전소의 조기 폐쇄 등을 통해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염원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시민참여단의 50% 이상이 원전 축소에 동의한 사실을 통해 탈핵에 대한 열망이 현재 얼마나 큰 지를 짐작할 수 있다. 토론 과정 중에 시민들이 ‘왜 원전이 수출용 원전과 국내용 기준이 안전기준이 다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안전기준 강화 등 원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살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시민참여단의 원전 축소 동의 결과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안과 맞물려있다. 정부의 탈핵정책은 가속되어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도 신고리 5,6호기 등 원전의 안정성, 경제성,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밀양 주민들과 시민행동 단체 관련자들이 모여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 발표에 대한 입장이 담긴 성명문을 읽고 있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시작으로,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를 통해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탈핵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