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로 꿈에 날개를 달다…‘에너지 제로 에코하우스’ 만든 북악중 3학년 학생들

에너지로 꿈에 날개를 달다…‘에너지 제로 에코하우스’ 만든 북악중 3학년 학생들

SHARE

에너지로 꿈에 날개를 달다…‘에너지 제로 에코하우스’ 만든 북악중 3학년 학생들

이수현 시민기자

지난 11월 8~11일 일산 킨텍스에서 ‘2016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이 열렸다. 그런데 9일 행사장 한 편의 창의공작소 부스에서 앳된 얼굴을 한 학생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들이 관람객에게 소개한 것은 ‘에너지 제로 에코하우스.’ 냉·난방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된 건물 모형이다.

이날 찾아간 창의공작소 부스에는, 이 건물의 모형시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이는 북악중학교 3학년 학생 12명이 방과 후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접 제작한 모형이라고 했다.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1번씩 자율 동아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이 학생들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스스로 해냈다고 한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1번씩…자율적으로 동아리 활동

서울시·창의공작소와 연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이 동아리에는 에너지 절약에 관심 있는 12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동아리에 참여한 박홍익(15) 군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며 “대안을 고민하다보니 에코하우스를 설계하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꾸려진 동아리에서는 제각기 학생들의 역할이 정해졌다. 동아리를 총괄하는 반장, 프로젝트를 이끄는 프로젝트 디렉터, 설계를 담당하는 외부·내부 설계 팀 등으로 역할이 나눠진 것이다. 지도교사 임정금 씨는 “총 8~12회의 에너지 관련 수업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이 역할을 분담해 주도적으로 건물 모형을 제작했다”고 했다.

에너지 관련 수업에서는 △에너지와 물을 절약해야 하는 이유,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에너지 활용 사례(꿀벌, 개미, 까치)와 △선인들의 지혜(이글루, 한옥의 냉난방시스템) 등의 내용을 다뤘다. 수업을 마친 이후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에코하우스를 구상했다. 모둠별로 만든 여러 에코하우스 가운데, 가장 잘 된 작품을 꼽아 모형시제품으로 제작했다. 제작까지는 꼬박 3달이 걸렸다고 한다.

자연의 원리를 활용해 건물 전체 에너지 아껴

북악중 학생들이 석 달 동안 직접 만든 에코하우스는 형태부터 독특했다. 육각형 형태의 건물에 돔 형태의 지붕이 얹혀 있었다. 담쟁이 넝쿨이 건물 외벽을 휘감아 자라고 있었고 지붕에는 태양열을 모으는 전지가 부착돼 있었다.

육각형 형태의 건물 모형.
육각형 형태의 건물 모형.
태양열 전지가 부착된 돔 형태의 지붕.
태양열 전지가 부착된 돔 형태의 지붕.

이처럼 독특한 구조의 건물 모형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구상됐다. 육각형으로 구성된 구조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외부설계를 담당한 김민재(15) 군은 “삼각형이나 사각형보다 원에 가까운 육각형이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며 “벌집이 육각형으로 만들어지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라 했다.

외벽에 담쟁이 넝쿨을 심은 것 또한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다. 녹색 식물로 건물을 주변 둘러두면 내부 온도가 2도 정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에는 빗물을 마시고 자리는 작은 텃밭들 또한 설계돼 있다. 태양열을 차단해 건물 외벽의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담쟁이 넝쿨이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다.
담쟁이 넝쿨이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다.

자연의 원리를 활용해 설계한 부분은 또 있다. 흰개미 집의 대류 원리를 활용해 난방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학생들이 만든 건물 모형 아래쪽에는 공기 흡입관이 있고 반대편 위쪽에는 공기 배출관이 있었다. 찬 공기가 따듯한 공기가 되면 위로 상승하는 자연대류 원리를 활용했다.

계단 활용해 중앙난방…공간 활용에 중점 둬

에너지절약을 목적으로 외부를 구성했다면, 내부는 공간 절약에 중점을 둬서 구상했다. 건물 모형의 내부는 방과 방 사이의 벽을 접었다 펼 수 있도록 하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건물 내부의 원기둥 모양의 계단이 중앙난방 역할을 한다.
건물 내부의 원기둥 모양의 계단이 중앙난방 역할을 한다.

한편 건물 중앙에 설계된 원기둥 형태의 계단은 중앙난방 역할을 한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뜨거운 물로 건물 내부가 덥혀지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는 열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한옥의 구둘 원리를 활용했다. 계단을 열 파이프처럼 사용해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설계와 관련해 박홍익 군은 “사각기둥보다 원기둥 형태의 계단이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하에서 덥혀진 물이 위로 올라가면서, 건물 전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 준 에코하우스

북악중학교와 연계해 수업을 지도한 창의공작소 한상직 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진로를 확실히 정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학생들이 건축공학과, 자동차학과 등으로 진로를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실제로 이 활동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참여한 박홍익 군은 특성화 학교인 서울로봇고등학교에 합격했다고 한다.

진로 외에 학생들 간 유대가 깊어진 것 또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한상직 연구소장은 “동아리에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저녁에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다 보니 학생들 간의 유대도 깊어졌다”고 했다.

에너지를 아끼는 마음을 모아 만든 에너지 제로에코하우스. 이는 학생들이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주었다. 6개월 동안 손수 에코하우스를 만든 학생들은, 이제 또 다른 곳에서 ‘에코하우스’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