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발전소, 지진 일어나도 안전할까?…탈핵활동가 히로세 다카시 강연회

한국 핵발전소, 지진 일어나도 안전할까?…탈핵활동가 히로세 다카시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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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발전소, 지진 일어나도 안전할까?…탈핵활동가 히로세 다카시 강연회

이수현 시민기자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 지진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부근에는 핵발전소 단지와 방사능폐기물 처분장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는 강연회가 10월 26일 열렸다. 정의당,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하고 원불교 환경연대, 탈핵천주교연대가 주관한 이 강연에는 일본 탈핵활동가 히로세 다카시(広瀬 隆) 씨가 연사로 초청됐다.

히로세 씨는 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6개월 전 『원전을 멈춰라: 체르노빌이 예언한 후쿠시마』라는 책을 발간해, 핵발전소의 위험을 예언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 “후쿠시마 현의 핵발전소 10기에 지진과 해일이 덮칠 경우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

한국 내진설계 기준은 반쪽짜리…직하 지진 대비 못한다

5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예언한 히로세 씨는, 이제 한국 핵발전소 사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9·12 경주 지진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경주 근처 월성 1호~4호기를 비롯한 한국의 핵발전소는 규모 6.5의 지진에 맞춰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므로, 한국의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강연에서 히로세 씨는 “한국의 내진설계 기준은 좌우 진동에만 따르고 있다”며 한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8년 전 일본 이와테 현에서 발생한 지진을 사례로 들며, “지진이 상하 진동으로 발생(직하 지진)할지, 좌우 진동으로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2008년 이와테 현에서는 3866~4000갈(G·지진에 의한 상하좌우 흔들림을 가속도로 표현한 단위)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흔들림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도쿄대학의 활성단층 지도는 이 지진을 유발시킨 단층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히로세 씨는 “지진이 상하 진동으로 올지 좌우 진동으로 올지 예측하기는 이처럼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지진 방재시스템…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그는 상하 진동 지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한국의 지진 방재시스템 또한 짚고 넘어갔다. 늑장 대응으로 지진 및 핵발전소로 인한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9·12 경주 지진 당시 정부는 9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 1시간 뒤 지진 경보 보도해 빈축을 샀다.

히로세 씨는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핵발전소로부터 130km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P파가 도달한 이후 30초의 시간이 있어서 핵발전소 가동을 멈출 수 있었다”고 했다. 지진계에 P파(primary wave)가 먼저 도달하고, 이후 S파(secondary wave)가 도달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대응책이다. 관련 매뉴얼조차 마련돼 있지 않을 정도로 지진 방재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히로세 씨는 “지진 방재 시스템이 부실한 한국에서 30초 동안 핵발전소 가동을 멈출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상하로 진동하는 지진이 오면 치명적인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 진동 지진은 P파와 S파의 도달 시간차가 짧아 사고를 대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핵발전소 밀집도…일본의 2배, 미국의 20배

한편 히로세 씨는 “전 세계 핵발전소 밀집 순위 중 1~3위는 한국”이라며, 한국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발생할 대형 참사를 우려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전밀집도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국토면적 9만9720㎢에 8만721㎿ 발전용량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핵발전소 밀집도는 0.207에 이른다. 반면 일본의 밀집도는 0.112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핵발전소 100기를 운영하는 미국의 밀집도는 0.01로, 한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히로세 씨는 “후쿠시마 이후 30km 이내는 방사능 오염 수치 때문에 유령도시가 됐다”며 “부산·울진 지역의 고리 핵발전소가 폭발할 경우 고리 핵발전소의 30km 이내 또한 폐허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현재 고리 핵발전소 30km 이내에는 부산 248만 명, 울산 약 103만 명, 경남 29만 명이 살고있어 도합 38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는 “380만 명이 살던 곳이 유령도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길은 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추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으면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비극이, 언제든 한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