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립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은?

내년 수립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은?

SHARE

내년 수립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은?

이상희 시민기자

밀양 송전탑 투쟁, 영덕 신규 핵발전소 건설예정지 논란, 동부화력발전소와 신경기송·변전소 지역 주민들의 갈등. 이러한 싸움의 이면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까지 전력수급 상황을 예측해 2년 마다 수립된다. 현재 7차(2015~2029년)까지 수립됐으며 내년에 8차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이에 에너지정의행동, 에너지민주주의센터(준) 등의 단체는 내년 수립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앞두고 지난 10월 28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기본 수립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양기석 대표가 진행을 맡았고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 에너지민주주의센터 김동주 연구원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토론에는 이유진(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총괄위원‧녹색당 탈핵특위위원장), 이지언(환경운동연합 에너지 팀장), 홍석화(서울대 행정대학원) 씨가 패널로 나섰다.

20161028_111858

전기본, 전력수급에만 초점 맞춰져…사회 갈등, 환경문제도 고려해야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헌석 대표는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력수요가 급증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전력 수요의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안정적인 전력수급에만 맞춰진 계획을 사회적 갈등, 투명성, 효율성,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헌석 대표는 네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전력사업자와 소비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과정 설계, △지자체와 타 부처의 계획과의 정합성 보완, △ 전기위원회의 독립적 위상 부여로 전력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사회적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국회의 능동적 역할 등이다.

20161028_112140

성장 중심 에너지 계획…지역 자립 에너지 체제 발목 잡아

이어 에너지민주주의센터(준) 김동주 연구원은 제주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과 에너지계획 현황을 공유했다. 제주도는 관련 법령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1차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1994년 수립된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계획이 이에 해당한다. 이 계획에 따라 제주도는 LNG 공급배관건설, 스마트 그리드 구축, 전기차 보급 확대, 도민중심 풍력자원 개발, 감귤폐원지 및 마을소유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보급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김동주 연구원은 “제주도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주도민에 대한 의견수렴과정 없이 소수 전문가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된다”며 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급속한 기조변경으로 제주 에너지계획의 일관성이 부재한 실정”이라며 “수요관리 없이 성장 중심의 에너지 계획은 자연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 자립 에너지 체제로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0161028_131845

지자체에 에너지 정책 결정‧집행할 수 있는 권한 줘야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에너지계획과 관련, 지자체의 역할이 논의됐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서울특별시,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4개 지자체 단체장은 “에너지 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협력하자”는 지역에너지전환 공동선언을 진행했다.

이는 △수요관리와 재생가능 에너지생산을 통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여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고, △분산형 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협의기구를 구성하며, △지역에너지 포럼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정례화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국가 중심의 일방적 에너지계획만이 아니라 자치단체에서 주체적으로 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정책화하는 중요한 흐름이다.

이와 관련, 이유진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총괄위원‧녹색당 탈핵특위위원장은 “지역에너지의 올바른 체계 형성을 위해 지자체가 수요관리 감독, 분산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믹스 조정, 에너지 가격, 송배전망 소유와 운영 등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획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를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설득과 지지, 합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주체적인 지역에너지 계획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주민, 지역단체 역할 뚜렷하게 설계돼야

에너지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시도가 상상에만 머물지 않도록,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 팀장은 “국가 차원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존의 석탄화력, 핵발전소 등 대규모 신규 기저설비에 대한 재검토와 지역주도의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홍덕화 박사는 “이후 진행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지자체의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되었으나, 지자체와 지역주민, 지역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좀 더 선명하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시민들과 대안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중장기적 전환의 비전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